<촌놈일기장 >
다~아 뻥이다
1970년 03월 25일
어느날 윗것테 깨복쟁이 친구 현호네 집에 놀러 갔더니
인천에서 손님이 왔다.
“미국서는 방안에서 똥을 누고 오줌도 눈단다.
그리고 스위치만 살짝 누르면 똥과 오줌이 거짓말처럼 싹 치워진단다.”
-어치게 방안에다 냄새나게 똥을 싼다냐.
글고 스위치만 누르면 똥이 저절로 다 치워진다고?
다 뻥이다.
방에다 똥을 싸고 밥을 먹는다니
이는 말도 안 되는 소리다.
뭔 뻥을 조로케 우리들한테 쳐분다냐.
어느날 깨복쟁이 친구 현철이네 집에 놀러 갔더니
전주에서 손님이 왔다.
“사과 괘짝 절반만한 상자 속에서 노래도 부르고 춤도 춘단다.
또 그 속에서 공도 차고 논다는디 그것을 텔레비라 부른단다.”
-어치게 그 조그마한 상자 속에 사람들이 들어가
노래도 부르고 춤도 추고 또 공까지 찬다냐.
다 뻥이다.
아마 그 속에는 장난감 같은 째깐헌 인형들이 들어가 놀겄제.
어느날 깨복쟁이 친구 오금이네 집에 놀러 갔더니
진뫼에서 살다 서울로 이사간 친척 한 분이 내려오셨다.
“서울에는 31층이나 되는 높은 빌딩이 있는디
진짜로 앞산만하게 높아분다.
바람불면 근방 넘어져 불 것 같이 높은디
어치게 튼튼하게 졌는지 암만 바람이 시게 불어도
끄떡 없이 견디더라.”
-지붕은 비 내리면 쪼르륵 내려가도록 경사가 졌는디
어치게 거긋따 30층이나 더 올려서 건물을 진다냐.
다 뻥이다.
어느날 큰 집 형이 서울로 돈 벌러 갔다가 내려 왔다.
“야, 고향에 옹게로 물 안 사묵어서 좋다.
야, 수건 좀 줘라. 냇가에 가서 공짜로 세수 좀 허게.”
-여그는 물(섬진강)이 우게서 요로케 많이 내려온디
서울은 요론 강이 하나도 없다냐.
어치게 물을 다 사 묵고 산다냐.
물 사묵고 산다는 말은 다 뻥이다.
어느날 아랫것테 사는 깨복쟁이 친구 재춘이네 집에 놀러 갔더니
서울로 돈 벌로 간 재춘이네 큰누나가 내려왔다.
“애들아, 이것이 '라면'이라고 허는 것인디
오분이면 끓여서 묵는 고급 식품이란다.
쫄깃쫄깃 허니 맛이 끝내주는디 너그들도 한번씩 맛 좀 봐라.
글고 이 라면 봉지들을 꼬메 이스면 빨간 상뽀가 되는디 진짜로 이쁘다.”
-야, 꼬불꼬불 하게 생긴 것이 진짜로 마싯네.
누나는 뻥이 아니다.
대통령은 맨 날 라면만 묵을 수 있응게 진짜로 좋겄다.
나도 크면 대통령 되어서 날마다 라면만 끓여묵어야제.
근디 누나!
국물 맛이 어쩐가 나도 한번 묵고 싶은디 한모금 마셔도 돼?
하따 국물 맛 진짜로 끝내주게 마싯고만.
근디 이렇게 마싯는 것을 어치게 만들어냈데아.”
누나 말은 뻥이 아니고 다 진짜네.
<진뫼마을 주말 명예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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