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뫼마을 고향소식

행복한 책읽기

버들개지 2009. 4. 15. 16:46

 

-김도수 님의 <섬진강 푸른 물에 징검다리)

                                       '04.08.03  

 

KBS순천방송국 제2라디오 『라디오로 여는 세상』

- 8월 3일 화요일 코너 “행복한 책읽기” 방송안 -

ANN; 오늘 소개해 주실 책은 어떤 책인가요?
안준철; 김도수 님의 산문집 '섬진강 푸른 물에 징검다리'입니다.

ANN; 책 제목에 섬진강이라는 단어가 들어갈 걸 보니까 이곳에서 가까운 곳의 이야기인 것 같아요?

안준철; 네. 전북 임실군 섬진 강변 진뫼마을이 고향인 저자가 남에게 팔린 고향집을 12년 만에 다시 되찾아 주말이면 가족과 함께 밭농사를 지으며 ‘고향의 삶’을 살고 있는데 고향에서의 애절하면서도 아기자기한 이야기들이 인터넷 매체인 <전라도닷컴>에 연재되다가 최근에 한 권의 책으로 엮어진 것입니다.

ANN; 작가 김도수씨의 고향인 임실군 덕치면 진뫼마을의 이야기를 담은 것이군요.
그렇다면 작가 김도수씨는 어떤 분인가요?

안준철; 김도수 씨는 아내와 함께 슬하에 1남 1녀를 둔 아주 평범한 회사원입니다. 다만, 누 구에게나 있는 고향에 대한 애정과 고향집에 대한 애착이 남다른 그런 분이지요. 그러다 보니 남에게 팔려버린 고향집을 12년만에 다시 찾고서야 밤마다 진뫼마을 곳곳을 헤매던 꿈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고 하지요. 뿐만 아니라, 모 청사 표지석으로 끌려간 고향 강변 바위 하나를 찾기 위해 수십 차례 민원 편지를 써서 담당 공무원을 감동시킨 것으로도 유명하고요. 그런가 하면, 홍수에 떠내려간 징검다리를 고향사람들에게 되찾아주기 위해 ‘징검다리 놓기’ 울력을 벌이기도 합니다. 고향이 있기에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이라고 스스로 말하는 그런 분이지요.

ANN; 음악 나가는 동안에 잠깐 들으니까 이 책의 아주 특별한 출판기념회가 있었다구요.
잠깐 그 얘기 좀 해주세요.

안준철; 저자의 고향이자 이 책이 쓰여진 배경인 섬진강변 진뫼마을 동네 어귀에서 출판기 념행사를 했습니다. 젊은이들이 떠나고 없는 쓸쓸한 고향을 지키고 계시는 마을 어르신들과 어린 시절을 섬진강변에서 함께 보낸 저자의 깨복쟁이 친구들이 책 출간을 축하해주는 모습이 참 보기 좋았습니다. 풍금에 맞추어 동요 부르기, 옥수수 쪄먹기, 손톱에 봉숭아물들이기, 다슬기 잡기 등 이채로운 행사도 진행되어 오랜만에 고향의 흙냄새를 흠뻑 맛보게 해주었지요.

ANN; 그러면 이 책에서는 고향에 대한 작가의 어떤 기억들이 담겨져 있습니까?

안준철; 우선, 고향 진뫼마을 여기저기를 돌아보며 어린 시절의 추억을 더듬는 장면이 먼저 소개됩니다. 이미 남의 것이 돼 버린 옛집에 비가 새는 것을 보다 못해 담장을 타고 올라가 비닐을 덮어주다 집주인에게 핀잔을 받기도 하고, 고향집을 사서 다시 돌아 오게 됐을 때 ꡒ우리 어머니 아버지가 만지던 흙을 이제 내가 다시 만지고 살 수 있게 됐구나ꡓ하는 생각에 기뻐하는 대목은 참 뭉클하지요. 이 외에도 눈물 많고 웃음 많은 식구들 이야기, 저자의 깨복장이 친구들 이야기, 그리고 하루 한 끼 쌀밥이 그립던 가난한 시절의 애잔한 기억들이 촘촘히 담겨 있습니다.

ANN; 그런데 그 옛날의 이야기들을 어떻게 그렇게 세세하게 기억해 낼 수 있는지 그의 기 억력도 대단한 것 같아요. 그리고 잠깐 보니까 어머니,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도 있는 것 같던데요? 소개 좀 해주세요.

안준철; 저자의 어머니를 마을 사람들은 ‘월곡떡’이라고 부르는데 그 어머니와의 징글징글한 사랑이야기가 참 감동적입니다. 어머니 ‘월곡떡’은 자식들 상급학교 진학을 위해서 학자금을 마련하느라 무리를 해서 누에를 치다가 어느 날인가는 졸음을 이기지 못하고 그만 마루에서 떨어져 댓돌에 이마를 찧고 말지요. 그때 생긴 상처는 어머니가 돌아가실 때까지 지워지지 않고 이마에 선명하게 남아 있는데, 저자는 자식들을 위해 고생만 하시다가 돌아가신 어머니를 기리기 위해 사랑비를 세워드릴 결심을 합니다. 넉넉하지 못한 살림에 용돈을 절약해가며 돈을 모으는 대목에서는 부모에 대한 진정한 효심이 어떤 것인지를 생각하게 하지요.

ANN; 그야말로 자식을 생각하는 부모의 마음이 그대로 그려져 있는 것 같아요. 들으면서도 괜히 마음이 찡해져 왔는데요. 우리가 흔히 고향을 ‘어머니 품과 같다’ 라고들 하는데, 이 책에서 작가가 그리고 있는 고향도 바로 그런 곳이 아닐까 싶어요.

안준철; 맞습니다. 그래서 이 책은 어느 개인의 자전적인 이야기라기보다는 문명화된 삶 속 에서 우리가 잃어가고 있는 고향과 자연, 그리고 부모 자식간의 조건 없는 지고지순한 사랑의 관계를 새삼 일깨우는 소중한 교훈이 들어 있는 책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ANN; 그리고 김도수씨가 진뫼마을에서는 주말 명예이장으로 유명하다구요. 그건 또 무슨 얘긴가요?

안준철; 김도수씨가 순천에 살면서도 주말마다 가족들과 함께 고향집에 와서 밭농사를 짓고 홍수에 떠내려간 징검다리를 다시 복구하는데 힘을 쏟는 등, 마을의 대소사를 위해 몸을 아끼지 않고 애를 쓰곤 했는데 그런 모습을 지켜본 마을 사람들이 붙여준 이름이겠지요.

ANN; 그러니까 이 책에 마을 사람들의 눈물과 웃음이 담겨져 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닐 것 같네요.

안준철; 그렇지요. 이 책에는 세월과 함께 기억 속에서 사라지고 말 고향 마을 사람들의 인 정어린 풍경들이 마치 소중한 보물처럼 한 권의 책 속에 빼곡하게 담겨 있지요.

ANN; 실례지만 선생님 고향은 어디세요?

안준철; 제가 태어난 곳은 전주입니다. 그런데 고향다운 정을 느끼는 곳은 초등학교 5,6학년 을 지낸 전라북도 장수이지요. 무주 진안 장수를 합쳐서 무진장이라고 불렀는데 산세가 좋아 물이 아주 맑고 겨울에는 눈이 많이 오기로 유명한 곳입니다.

ANN; 왜 이 질문을 드렸냐면 이 책을 읽으면 저절로 내 고향을 떠올리게 될 것 같아요?
선생님은 어떠셨어요?

안준철; 책에 보면 산에서 나무하는 대목이 나오는데 저도 어머니랑 형들이랑 함께 산에서 나무를 한 기억이 납니다. 연탄이나 기름보일러가 없던 아주 오래 전 얘기라 요즘 청소년들은 이해하기 어렵겠지만, 토요일에는 한 짐, 일요일에는 두 짐씩 나무를 하곤 했어요. 가까운 산에는 나무가 없어서 십여 리나 되는 재 너머 산까지 가서 나무를 해서 지게에 짊어지고 오곤 했지요. 어느 해 겨울인가는 산에서 나무를 하고 돌아오는 길에 징검다리를 건너다 다리에 힘이 풀려 시퍼런 물에 빠진 경험도 있지요. 저도 빠지고 어머니도 빠지시고. 그때가 그리워지네요.

ANN; 그리고 보니까 마을 곳곳을 담아놓은 사진들도 이 책을 더 돋보이게 하는 이유 있는 것 같아요?

안준철; 이 책에 있는 사진은 거의 저자가 직접 찍은 사진이라고 하네요. 요즘은 디지털 카 메라로 사진을 찍은 분들이 많지요. 특별히 김도수씨는 고향을 사랑하는 마음에 언젠가 사라질 지도 모를 고향의 모습을 사진으로 남기고 싶었는지도 모르지요.

ANN; 특별히 오늘 이 책을 가지고 나오신 이유가 있다면..?
안준철; 이 책에는 추석 명절에 고향을 찾은 마을 사람들이 앞으로 우리 자식 세대는 찾아갈 고향도 없겠지 하고 푸념을 하는 대목이 나옵니다. 고향은 어떤 지리적인 공간이라기보다는 우리의 마음의 텃밭인데 그런 푸근한 고향을 떠올리며 우리의 삶에서 무엇이 소중한 것인지 한 번쯤 생각해 보았으면 하는 바람 같은 것이 있었습니다.

*이 글은 8월 3일 오후 1시 25분-35분까지 생방송으로 진행하는 <행복한 책읽기> 방송 대본입니다. 이번 주는 길문학회 회장을 지내신 김도수 님의 책을 소개하게 되어 그냥 지나치기가 섭섭해서 글을 올립니다. 다시 한 번 김도수님의 책 출간을 축하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