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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나와 아내 형수님들과 함께 배추를 절이고 새벽에 일어나 씻는다. 이른 아침부터 배추를 양념에 버물리는데 허리가 아프다며 큰형수님께서 막걸리 한 사발씩 돌린다. 막 버물린 배추 한 가닥 쭉 찢어 꿀꺽꿀꺽 마시던 막걸리 한 통개가 어느새 반쯤 줄어들어 있다.
“어머님은 얼매나 막내딸을 못 잊고 갔으먼 김장 히서 가지고 가라고 이렇게 김장철에 돌아가셨데아. 행이는 눈감을 때까지는 자식새끼들 못 잊고 사는 게 부모 마음이제.” 큰형수님은 매제에게 막걸리 잔을 계속 내밀며 장모 없는 쓸쓸한 처갓집 방문의 휑한 마음 달래준다.
98년 진뫼마을 고향집을 산 뒤로부터 부모님이 짓던 텃밭에서 자란 배추와 고향 땅에서 솟아나는 물로 김장을 담아 가니 너무 좋다며 이웃집에 늘 자랑하고 다니던 누이. ‘올해가 마지막’이라는 남편 말에 묵묵부답 배추만 버물리고 있다. 나도 서운한데 누이 마음은 오죽했을까.
내년 여름, 나는 또 누이 몫으로 텃밭에 배추를 심을 것이다. 올해도 어김없이 누이 가족들 담아갈 배추 텃밭에 쑥쑥 자라고 있다고 전하면 혹시 매제 마음이 변하지 않을까. 땀 흘려 자식처럼 키운 배추 차마 남에게 주어버리라고 하지는 않겠지.
김장 끝내고 묻어놓은 김장독 속에 김치 넣고 돌아오던 날 저녁. 시골이라면 진절머리난다며 기억해 내기 싫다던 서울 사는 내 바로 윗 형이 오랜만에 소식을 전해왔다.
사랑하는 내 아우야! 쉰 보리밥 아까워, 물에 씻어 훌훌 드시던
농사 끝난 겨울엔 땔나무하러 다니다 시커먼 가시들
이제야 어머니 생각이 간절히 나는 걸 보니
요즘 출근할 때 거울을 보면
배추를 한참 바라보고 있으면 배추 뿌랭이 깎아서 입어 넣어주던 땔나무하고 돌아와 밤이면 윗목에 앉아
오늘밤 형이 무척 보고싶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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